2006. 10. 24. 12:42
구겨진 돈도 돈이다
김홍식
오래동안 세상을 떠도느라
온 갖 때 다뭍고, 닳고 닳아 힘없이 늘어지고
여러 손을 거치면서 형편 없이 구겨진 돈
보기에는 그래도 누구 하나 거절하는 사람이 없다.
구겨진 돈으로도 못 할 것이 없다.
조폐공사에서 방금 나온 돈이나
수 십년 공사판을 떠돌아다닌 돈이나
똑같은 물건을 살 수 있으니
헌 돈이나 새돈이나 아무런 차이가 없다.
구겨지고 찢어지고 상처난 돈일지라도
여전히 돈은 돈이다.
헌 돈도 천원, 새돈도 천원,
꼬깃꼬깃 구겨진 돈도 만원 반들반들 윤기나는 돈도 만원
구겨진 돈으로도 물건을 살 수 있고,
밥을 먹을 수 있고,
여행도 할 수 있고,
옷도 살 수 있다.
가끔은 거스름돈으로 새 돈을 받기도 한다.
내 인생 볼 품 없을지라도,
작고 못생겼어도
그래도 인생이다.
구겨진 인생이라고 할 일을 못하는 것 아니고
사람이 아닌 것도 아니다.
세상을 떠도느라 피곤하고 지쳐서 늘어졌을지라도
여전히 소중한 생명이고, 한 사람이다.
아무리 잘나도 한 사람, 지지리 못나도 한 사람,
한 사람이 두 사람은 될 수 없다.
한 사람, 한 생명, 한 인생일뿐이다.
조금 못난 것 빼고는 다를게 하나도 없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