2010. 6. 1. 20:50

유부초밥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김홍식     2010/4/?

이렇게 좋을 줄 몰랐는데

이렇게 갑자기 배고플 줄 몰랐는데

손을 뻗어 책 앞에 있는 도시락을 여니

시큼한 초밥 향이 군침을 돌게 한다.

부엌으로 젓가락을 가지러 갈 시간도 없어서

엄지와 검지만을 이용해서 조심조심 들어 입에 넣는다.

알맞게 양념 된 촉촉한 밥알들이 입 안에서 맛을 낸다.

이렇게 고소하고 달콤할 수가

이렇게 간편하고 행복할 수가

덩어리에 착 달라붙지 못하던 밥알들이

턱 아래로 굴러 떨어지다가 뒤로 기댄 배에서 멈추었다.

유부 기름이 뭍은 손가락으로 밥 알갱이를 집어 입에 넣는다.

밥알 하나가 더 들어간 입에 기쁨이 충만하다.

하나 둘 먹다 보니 도시락이 텅 비었다.

빈 도시락에 붙어 있는 검을 깨 두 알을

검지로 찍어 입에 넣으니 참 고소하다.

차려 먹기 귀찮을까 염려해서

집안에 있는 사람을 위해

집 사람이 도시락을 싸놓고 집 밖으로 나갔다.

알아서 먹을 테니 아무 것도 신경 쓰지 말라고 했는데

구지 도시락을 싸서 책상에 올려놓는 것을 보고

과민 반응이라고, 지나치게 염려한다고 했는데

다음부터는 아무 말 하지 말아야지

젓가락 하나 없이

일어날 것도 없이

하루 종일 않은 자리에서 자판 만 두드리다

손가락 두 개로 저녁을 해결 하고 나니

박 선교사가 캄보디아에서 사온 커피가 먹고 싶다.

이제 일어나서 커피 한 잔 타 먹으러 부엌으로 가야 걷다.

Posted by 김홍식