빛 속의 어두움
김 홍 식
빛 속에 어두움이 있으니
빛과 어두움은 동시에 존재한다.
세상의 구석은 한 낯에도 어둡다
하늘의 태양이 온 세상을 비추고 있지만
뒷골목과 지하실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다
모든 것이 한 눈에 밝히 보이는 시간에도
장롱과 바닥 냉장고와 벽 사이에는
사물을 볼 수 없을 정도의 작은 어두움이 존재한다.
그렇게 밝은 빛 속에 어두움이 있다니
빛이 아무리 밝아도 구석진 틈까지는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.
그 속에 먼지가 쌓이고 벌레들이 모여든다.
세상이 어두워지면
벌레들은 먼지 뭍은 그들의 발로 세상을 더럽히고 다니다가
해가 뜨면 다시 그들의 작은 어둠 속으로 들어간다.
그 작은 어둠 속의 먼지는 온 세상에 흩어진다.
그 곳에 숨은 벌레들에 의해
그래서 세상은 작은 빛이 필요하다
잃어버린 물건을 찾기 위해 구석을 비추는 손전등처럼
구석과 틈을 비추는 작은 빛
작은 어둠 속에 쌓인 먼지를 볼 수 있는
초라한 빛이 필요하다
위대한 인물이 세상을 행복으로 비추어도
힘 있는 정부가 나라를 부자로 만든다 해도
구석진 곳과 어두운 틈 속에는 여전히 슬픈 인생들이 있다
그들을 위해 작은 빛이 필요하다
그들의 아픔이 치료되지 않으면
그 아픔은 온 세상의 아픔이 된다.
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큰 빛 하나로 부족하니
그대 세상의 작은 빛이 되어라