황희정승
수염을 잡아당기는 종의 자식을 귀엽다 하고
새집 지은 아들 찾아가 너무 크다 하여 앉지도 않고 돌아온다.
왕의 말엔 잘 잘못을 가려서 말하지만
다투는 종들의 말엔 둘 다 옳다 하여 판결 하지 않는다.
왕의 잘못을 논하지 않으면 나라가 흔들리니 말해야 하고
종의 잘못은 논해봐야 집안만 소란하기 때문이다.
이 사람 말을 듣고, 그래 그 말이 옳다.
저 사람 말을 듣고, 그래 그 말도 옳다.
이 것이 역사상 유래 없는 영의정 18년 의 비결이다.
그런데 요즘 말 잘하는 사람들은
남의 사소한 개인사는 크게 다루고
나라를 망하게 할 큰일들은 언급도 않는구나.
큰 사람의 잘못은 나라를 망하게 하니
반듯이 말해야 하고
작은 사람의 허물은 감추어서 집안을 편하게 해야 하거늘
작은 사람들의 허물은 대서특필 하면서
크고 힘 있는 사람들의 죄는 감추기에 급급하다
그들에게는 힘 있는 사람의 말은 다 옳게 들리고
작은 사람들의 말은 다 이상하게 들리나보다
오래 전 거룩한 분의 말씀이 분명 진리인 듯 하다
“그들이 하루살이는 걸러내고 약대는 삼키는 도다”